2014/12/02

책 <스토리텔링 애니멀> 서평

스토리텔링 애니멀 - 10점
조너선 갓셜 지음, 노승영 옮김/민음사

나는 늘 궁금했다.
인간은 어째서 이야기를 듣거나 공상 따위를 하면서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지.
당장 나 자신부터가 중증의 이야기 중독으로, 매일같이 너무나 많은 시간을 이야기를 탐닉하는 데 할애하고 있는데 그런 일이 어찌 나 뿐이겠는가.
생물이 진화하면서 이토록 비생산적인 일에 집착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는데, 잘 살펴보면 이야기에 대한 보편적인 인간의 욕구는 식욕과도 맞먹을 정도로 강력해 보인다. 과연 이것은 정말로 '비생산적인' 일일까.

조너선 갓셜의 <스토리텔링 애니멀>은 그 답을 들려준다.
이 책에 따르면 이야기는 인간의 삶에서 실제 경험하기 어려운 난제들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중요한 생존요소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이론은 책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에서도 볼 수 있다.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10점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흐름출판

또 <스토리텔링 애니멀>에서 말하는, 이야기가 인간에게 미치는 강력한 영향에 대한 사례들도 무척 흥미롭다.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강력하며 인간의 삶이 닿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제목 그대로 인간을 일컬어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인간을 잡아먹는 일도 드물지 않다. 돈키호테와 같이 이야기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이야기의 세계가 현실세계보다 좋아서 현실로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생존에 꼭 필요하고 많은 즐거움을 주는 음식도 잘못 먹거나 지나치면 독이 되듯 이야기 또한 그렇다. 삶에서 꼭 필요하고 많은 즐거움을 주지만 자칫하면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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